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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29-31 남도 기행

zk's travels July 12th, 200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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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갑자기 홀로 떠나게된 남도여행

데이타도 없었고 일정도 없었고 계획도 없었다.

그린애플님 블로그의 보성녹차밭 포스팅을 보고 갑작스레 떠나게된다. 뭐 항상 내여행의 대부분은 이렇다.
단, 이번여행은 혼자 떠나서 혼자 돌아왔다는데 의미를 두려한다.

심난한 월요일오후 휴가를 얻어 집으로 돌아왔다. 어디라도 가야겠다는 생각에... 주중에다 주변인간들 반이상은 군복무중이고 전역자들은 사회생활중이시라고 바쁘단다. 할수없이 혼자 떠나야지... 어머니도 걱정스런눈빛으로 바라보시지만 이내 밥굶지말라시며 자금지원에 나서신다. 내가 경제활동시작하면 유랑생활할준비 하세요 라고 자신있게 말해본다. 물론 속으로..

용산역으로 카메라가방하나 달랑들고 그렇게 여행은 시작되었다...




#삐끄덕

22시50분 용산발 04시 12분 순천행 무궁화호. 급조한것 치고는 최상의 선택이었다. 22시10분이라는 어정쩡한 시각에 용산역에 당도하여 저녁식사를 한밤중에 목이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쏟아진다는 바나나 우유로 때웠을때부터 뭔가 찜찜했다. 아니, 내옆좌석에 기대와는달리 매우 헤비한 아저씨가 앉았을때만해도 그러려니 했다.
연이은 유로2004시청의 후유증이 발동했다. 눈떠보니 4시 36분 oh my god... 잽싸내려보지만..지금생각해보면 어짜피 무계획인데 경로를 수정했어도 괜찮았던듯 싶지만. 여튼 광양시를 지나 외딴 시골의 작은(매우작은) 역이다.




#사람들

대략 10여명의 사람이 내렸고, 역무원 아저씨의 당황스런 눈빛이 잠결에 어렴풋이 스쳤다. 졸다가 지나쳐서 추가운임료를 무는 사람은 두어명을 제외한 나머지 전부였던것이다. 초면의 아저씨는 "대전에서 내렸어야 하는데"를 반복하고있었다. 그들중 대부분은 오전9시에야 있다는 다음차를 기다리는길을 택했고 난 제대로내린 백발의 노신사와 문을 열고 나섰다. 그곳이 고향이라시던 할아버지역시 원래 한두명 내리는 역에 무더기로 사람들이 내린것에대해 신기해하셨다. 난감해하는 나와 직접 버스터미날까지 동행해주시며 동네자랑을 늘어놓으신다. 구수한 사투리가섞인 입담에 잠시 걱정을 잊고 10여분 걸었을까, 정말 작은(흡사 우리동네시내버스정류장정도의) 시외버스터미널과 7시 첫차 라는 좌절스러운 문구가 우릴 반겼다. 진담인지 거짓말인지는 알수없으나 마음좋은 노인장께선 차가올때까지 함께해주신단다. 너무 새벽같이 와서 당신도 갈곳이 없으시다나^^ 내여행경위와 할아버지의 젊은시절 얘기가 오가던중 다른 한명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다행히도 택시기사였다. 안그래도 붙잡아두는거같아 죄송스러웠는데 2만원에 협상하고 순천으로 달릴수있게 되었다. 좋은경험많이 하라시던 할아버지의 웃는얼굴이 떠오른다. 건강하세요~


#녹차향에 몸을 담아

5시30분..예정시간보다 1시간반가량 뒤늦게 순천에 도착하고는 미리 끊어놓은 순천발보성행기차표를 찢어버린다. 이로써 택시비+기차비 공돈을 날린셈이다. 적게는 한끼 많게는 4끼이상의 식사비를 날렸지만 예정에없던 사람들을 만났고 좋은 경험을 했다. 이미 동이터버렸고 버스편으로 대한다원에 다다랐을때는 7시가 다 되어있었다. 삼나무가 양옆으로 촘촘히 길을 안내하고 아침 햇살이 나무가지사이로 새어들어온다. 오랫만에 느껴보는 기분이다. 게다가 나쁘지 않다. 곧이어 산전체를 깎아만든 녹차밭이 눈에들어온다. 커피가 싫어 평소에 녹차만 마시던 나는 잠시 녹차들에게 감사해본다. 이른시간임에도 간간히 카메라를들고 촬영에 분주한 사람들이 눈에띈다. 그들속에 섞여 녹색의 정기를 필름에 담아내던중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트럭 짐칸에 할머니들을 가득 태운체 산 정상으로 향하고 있던중 "녹차잎 따지마시오. 관계자외출입금지"라고 적힌 문을 열어제끼고 올라가는 터라 운좋게 같이 따라오를수있었다. 작업반장의 끊임없는 잔소리에 이윽고 수확이 시작된다. 덕분에 좋은 장면을 담을수있었다.
금지된곳에 들어가는 특권은 참으로 즐거운일이다. 몰래들어갔을때의 짜릿함과는 또다른 뿌듯함이 밀려온다. 두어시간 둘러보고 내려오는길 녹차 한잔에 천원이라는 문구가 눈에띄지만 불행히도 너무이른시간이라 맛을볼수는 없었다. 녹차향을 뒤로한채 다음 행선지로 향한다.
여기까지는 어느정도 구상했던 코스였지만 이제부터는 아니다. 어디로가볼까?




#작은 어촌

평소 검색했었던 기억에 의하면 보성차밭을 들렀다가 의례 율포해수욕장을 향하는게 정식코스였던거같다. 해수욕장이라...사람이 북적데는곳이 끌리진 않지만 일단 가깝다는이유에 군내버스를 잡아타본다.
봇재였던가 고개를 넘는길에 사방팔방 녹차밭이 펼쳐진다. 걸어서 10분이내 거리였는데 이곳에서 버스를 탈껄 그랬나 싶기도 했다. 버스기사아저씨의 안내에따라 율포에서 하차하는데 할머니한분이 40kg라고 선명하게써진 자루 두개를 들고 따라 내리신다. "삼촌 이것좀 들어주드라고~ 어디서왔능가~" 이렇게또다른 만남이 시작된다. 이곳에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만나는 사람들마다 한결같이 친절하다. 지나쳐가는 사람들 버스기사아저씨 밀려오는 짠내.. 모든것이 친절하다. 혼자떠나온 여행을 신기해하시며 좋은구경 하라신다.
율포..솔직히 해수욕장이라고하기엔 민망한 규모였다. 정말 작은 어촌마을 어디서 보아도 한눈에 마을전체가 들어오는 정겨운 시골마을이었다. 걱정과는달리 사람은 거의 보이지않았고, 서울에서 언제 봤는지 기억나지않는 제비들이 유독 많이눈에띄었다. 작은 방파제 위에 걸터앉아 담배를 입에문다. 어촌특유의 진한짠내와 작은 배들, 건어물을 말리는 독특한 구조물, 여기저기 널려있는 그물과 알수없는 고기잡이 도구들. 이런곳에 친척을 둔 이름모를 사람들이 부러워졌다. 배가고플시간이되어버렸다. 왔던길로 버스를 타러갔는데 두번째 고비가 다가왔다.




#기다림

워낙 깊숙한마을인지라 버스통행이 잦지않다. 밭을메는 할머니께 여쭤보니 대략 1시간마다 한대가 지나가는듯 싶었고 이내 지루한 기다림은 시작되었다. 혹시나 놓칠까봐 길가에서 서성이는 모습이 안쓰러웠던지 할머니께선 버스정류장(벽돌을 쌓아만든 햇빛피할만한 작은공간)에서 햇빛을 피하라고 재촉하신다. 1시간여를 뜨거운 햇빛아래 기다려보지만 올생각을 하지않는다. 너무 각박하게 살아왔던것일까 1시간여의 기다림을 초조해하고있던 나를 돌아본다. 이내 여유를 가지려고 애를쓰며 버스정류장에 적힌 낙서들을 찬찬히 읽어내려간다. XX내꺼->웃기지마라 나랑뽀뽀했다->지랄 뭐 이런내용이었다. 동네 중학생들의 낙서로 보이는 글들이 빽빽히 써있었다. 그때를 추억하며 잠시 숨을 고르고있는데 앞으로 거대한 차량이 쏜살같이 지나간다. 1시간동안 애타게 기다렸던 버스는 그렇게 나를 외면했고 밭메시던 할머니의 "워매 워짜쓰까"가 어찌나 야속하게 들리던지. 좌절하고 무작정 걷기로했다. 그 좌절을 비웃기라도 하듯 5분안에 버스가 한대 더 지나간다. 모든걸 포기하고 이곳에 뼈를묻을까 진심으로 고민하며 2정거장정도(시골의 2정거장은 매우 멀더라...마을2개를 지나야하니)를 걸었을까, 또다시 1시간을 기다려야한다는 초조함과 배고픔에 더이상 살아야할이유를 애써찾고있었다. 애꿎게도 안쪽으로 들어가는 차량만 간간히 눈에띄어 히치하이킹은 생각지도 못하고 햇빛과 싸우고있을무렵 하늘이 내려주신 택시한대가 내옆에 섰다. 거기엔 천사가 타고있었다. "어디가능가~? 나 터미널 나가는길인디 그냥 타더라고~" 애초에 히치하이킹이 '계획에는' 없었을뿐더러 택시를 그냥얻어타게될줄은 상상도못했다. 기사아저씨의 보성자랑을 한참 듣고서야 터미널에 도착했다. 미터기찍었으면 만원이상의 거리였는데 너무 고마운나머지 후사....는 할수없는 상황이었고 담배값하시라고 2처넌을 드렸더니 역시 밝은모습으로 앞으로의 여행길을 축복해주신다. 정말 따뜻한 곳이다. 최고다 .


#선택

어디가 좋을까. 시간표를 훑어본다.
광주(서울 올라가기 편하다. but 대도시는 사양하고싶다)
목포(작은아버지댁에 들러 숙식을 해결할수있다. but 익숙한곳이다)
해남(한번도 밟아보지못했던 땅이다. but 소문난 잔치집에 먹을꺼없다더라)
경상도지방들(역시 너무 익숙한 곳들이라....)
망설이던중 가장 자주했던 선택을 해버렸다.
가장 먼저 오는 버스를 타리라. 해남행 버스. 그렇게 다음 여행지가 결정이되고있었다. 2시간여를 갔을까, 해남군 시외버스터미널에서 1시간여를 더 들어가야 땅끝마을이란다. 또다시 버스...많은버스를 탔는데 처음으로 만차다. 역시 유명지인가. 약간의 후회중에 깜빡 잠이 들었다. 한정거장전 여대의 사진동아리로 보이는(모두 여자에 삼각대를 메고있다) 한무리가 송호리해수욕장(?)에서 내렸다. 이름모를 이해수욕장의 전경은 정말 마음에 들었고 순간 내릴까말까 고민하는새에 땅끝마을로 출발해버렸다.


#땅끝

수없이 말로만 들어왔던 국토최남단 땅끝이라는 해남 땅끝마을에 닿았다. 내리자마자 선착장이있었고 다행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배를 타고 바로앞에 보이는 섬으로 떠나고있었다. 일단 주린배를 채워야했다. 남도음식은 맛있다고들 한다. 문제는 식당이없다는것이다. 횟집들은 즐비했지만, 지역색에 맞는 음식은 눈에띄지않았다. 횟집들은 서울의 그것과 별반다를게없어보였고 가격은 예상대로 비쌌다. 대충 배를 채우고 둘러보기로 한다.

끝자락의 작은 산이있고 정상에 전망대가있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망대로 향했다. "땅끝탑"이라는 표지판이 눈에띈다. 그곳으로 가보기로하자. 인적이 드물다못해 오가는길에 한명도 눈에띄지않았고 산의 절벽에가까운 비탈측면에 난 길이라 바닷쪽으로는 나무들이 우거져 어두컴컴하고 산쪽으로는 기분나쁜 풀들이 자라고있었다. 어렸을때 기억으로 '옻나무'로 보이는 놈들도 눈에자주띈다. 조심조심 한참을 걸어 산반바퀴를 돌았을까 작은 탑이 눈에 들어왔다. 바위지대라 시야를 가리는 나무들도 없었다. 양옆으로 펼쳐진 기암의 절경들에 감탄하며 난간아래를 둘러보는데 어떻게어떻게 내려갈수있을꺼같은 욕심이 들었다. 조심조심 바위틈을 찾아 기어내려가 바다와 아주 가까운곳까지 닿았다. 올라갈길이 만만치않았지만 무슨 호기에선지 이미 아래까지 내려가있었다. 연방 셔터를 눌러대다 감상에 젖는다. 문득 어떤 미련에서인지 갖고있었던 핸드폰고리 아기호랑이가 손에 잡혔다. 있는힘껏 바다를향해 던져본다. 자유로운곳에서 행복하라고. 한참을 검푸른 바다와 상면하고있으니 상당히 센치해진다. 험한바위위에 아주작은 나와 끝없이 펼쳐진 바다는 그렇게 한참을 말없이 마주하고있었다. 무릎이 까져가며 낑낑대고 다시 올라오는 나에게 바다는 잔잔한 파도에 햇빛을 반짝이며 나를 배웅한다.
다시 탑앞에 올라섰다.
이곳은 땅끝이다. 그러나 저 넓은 바다의 시작이다.



알수없는 부푼가슴을 안고 전망대로 향하기로한다. 입구에서와는달리 이쪽코스는 상당히 가파랐다. 평소운동부족을 한탄하며 힘겹게 정상에올라섰을때 땀으로 옷이 젖어있었다. 그곳에선 땅끝마을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간간히 내려쬐는 햇빛이 반사되어 사방에서 바다가 반짝이고있다. 기념파노라마샷을 빙 둘러서 찍고있는데 문득 36방카운터에서 무한으로 찍히고있는 카메라를 발견했다. 뚜껑을열어보니 대략 10방이후부터헛돌고있었던것이다.(내다시 아그파필름을 쓰나봐라). 탑에서의 기억들은 그렇게 '기억'으로만 남겨져버렸다...
아쉬움을 뒤로한채 마을로 내려오니 저녁시간이다되어버렸지만 이곳은 석양을 관찰하기 상당히 애메한곳에 위치하고있었다.
반면 새벽녘 동이트는 장관을 포착할수있다는 기대감에 흠뻑취해 인근 모텔의 가장윗층 전망좋은방으로 숙소를 정하고 저녁식사를 하러 나섰다. 생선구이가 하도 맛깔스러워 소주한병을 주문한다. 저쪽에서 식사를 하던 한 아저씨가 젊은이가 혼자 소주한병을 먹는 장면을보고 무슨생각이 들었는지 "그거슨 돈으로도 어쩔수없는것이여~" 라는 알다가도모를 말을 남긴다-_-

출발할때부터 느끼는건데 왜 흔히들 혼자하는 여행을 불쌍(?)하거나 이상하게 말하는지 이해가 가지않는다. 그들이 경험해보지못했음에 할수있는 말이라 감히 단언하고싶다. 실제로 둘이상의 여행에서 느낄수없는 자유로움과 돌발상황을 즐겨본 사람이라면 그맛에 이끌린 제2 제3의 홀로여행은 계속될것이다.

나름대로 이른 취침을 위한 반주에이은 모자라다싶어 병맥주 2병을 티비와 함께 먹고 샤워후에 잠이든다. (H모님의 카프리 사랑때문인지 눈에띈 카프리를 사봤는데 역시 양이 적더라. 다시한번 남자는 카스다ㅇㅇb 주력은 becks)
이른취침과 우렁찬 알람의 힘으로 4시에 기상. 아직 어두컴컴하다. 5시..5시반...안뜬다...미련없이 도로 잠들었다. 아쉽지만 날이흐려 오전내내 해의 위치조차 파악이 불가능했다. 덕분에 첫날 모자랐던잠을 충분히 보충할수있었지만.. 결국 일출도 일몰도 포착하지못한채 아쉬움을 뒤로한채 해남을 떠나야했다. 많은걸 생각하게 해준 땅끝마을이여 안녕.


#낙지와의 만남

정오쯤 도착해있던 버스를 집어타고보니 목포행이었다. 이길로 서울행을할것인가. 행사만없었다면 휴가를 한 일주일 연장해서 좀더 둘러보고싶었다. 슬라이드필름도 맡겨야하고 일찍충무로에 떨어지는것도 나쁘지 않다싶었는데 갑자기 아버지께서 전화를 하셨다. 돈붙일테니 무안들러서 낙지를 사오란신다... 난감했지만 내려온김에 지역음식에 목말라있던터라 쉽게 응했다. 다행히 목포와 매우인접한 무안터미널근처에 간이 수산시장(이라고하긴 뭐하고 낙지만 전문적으로파는)이 있었다. 무안뻘낙지 도매 간판이 여기저기 붙어있었다. 쌩쌩한놈이 많은 가게에서 스무마리를 10마넌에 쇼부를 친다.(이들중 집에오는길에 불행히 3-4마리가량 운명하셨다) 남은돈으로 식당에 들렀다. 세발낙지 한사라와 연포탕을 주문했는데 곱게 썰어진채로 접시에서 꿈틀거리고있을 그들을 기대했던 내앞에 5마리가 유유히 헤엄치는 '사발'이 나타났다. (낙지야 미안.. 기름소금과함께 주린배를 채워준 그들에게 감사를...)
간만에 생긴 포식기회에 백세주 한병 추가해서 배터지게 먹었다. 주인아줌마의 "워매 총각 혼자서 허벌라게 잡숫소잉"을 뒤로한채 다시 목포로 돌아왔다. 자, 올라가는길은 ktx다. 열차시간 1시간반을 남긴채 역전의 나무그늘에 앉아 짧지만 많은 기억들을 회상해본다. 다시한번 이곳을 찾을 달콤한 기억에 젖어있을때 젖어있는것은 나뿐이아니었다. 아이스박스아래로 찬얼음 탓인지 물이 흐르고있었다. 당황한채 편의점봉지를 2개구입하여 덧씌워 보지만 여의치않다. 그때 "그거시 뭐시여?" 하는 날카로운 목소리. "낙진데요"...... 이번엔 역전의 식당아줌마의 도움이었다. 새파란 큰 봉지로 손수 묶어주시며 "진작말하지그랫쏘". 전남의 언어에는 들으면 들을수록 따스함이 묻어있다.
문득 열차시간이 다되었고 나름대로 처음타보는 ktx에대한 기대감에 조금 부푼채로 남도여행은 끝이났다.



Epilogue

항공기 스튜어디스을 방불케하는 미모의 여승무원이 깍듯이 반긴다. 반자동 문을열고 착석했고 이내 출발한다.
상당히 조용한듯싶었으나 생각보다 빠르진 않았다. 새마을호와 큰 차이점을 발견하지못하며 잠이든다. 대전을 지났을까, 소음이좀 심해지고 창밖으로 지나가는 배경이 한결 정신없어진다. 아무래도 대전-서울구간은 ktx전용선로인듯싶다. 속도감이 시청각으로 느껴지며 불만과 만족감이 오고가고있을때, 미봉책을 썻던 아이스박스가 말썽을 부리는게 눈에 들어왔다. 물이조금씩 흘렀나보다. 곧이어 뒤에앉은 할아버지가 아리따운 승무원을 불러 기차에 물이샌다고 불평을 털어놓았고 아이스박스가 세네요..죄송-_-a... 이라고 변명하는데 존나쪽팔렸다.
곧이어 익숙한 전경이 눈에 들어왔고 출발할때 그대로의 서울이 탁한 공기로 나를 맞는다.

그곳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터미널을 가면 모두가 얘기꽃을 활짝 피우고있었고 길을 물으면 부담스러울정도로 자세히 가르쳐주느라 여념이 없었다.
시간은 넓은 강물이 흐르듯 잔잔히 흘러가고 사람들의 여유로움은 나에게 무엇에 쫓기고 있는지를 묻고있었다.

사실 우리집 아랫층에 누가살고있는지 옆집엔 누가살고있는지 모르고 관심또한 없었다. 인구 1200만이 자기앞만보며 바쁘게 달려가고있는 도시가 문뜩 가엾다.

가끔은 여유롭게 쉬어가자.

July 12th, 2004 16:54 July 12th, 200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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