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털루의 출국심사대에서 예상대로 모토포드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고, 이걸로 누굴 때릴래, 밤길조심해라 등의 싱거운 농담이 오간다. 도버를 건너가는 유로스타. 런던을 벗어나자 초원의 뛰노는 말이 한국에서의 시골모습과 다름을 어필하고있다.
깜빡 한숨을 졸았을까, 기차는 이미 벨기에땅위를 달리고있었다. Bruxelles역. 사방에 보이는 언어들은 영어가 아님에 분명했다. 일단 행선지는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Brugge라는 작은 마을로 정했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사방은 온통 낯선 이국인들과 알수없는 언어들. 그안에 우두커니 서있는 동양인 2명. 어깨를 짓누르는 베낭이 벅차온다.
처음 써보는 유레일패스. 유럽의 기차. 기차 시간표. 새로운느낌이 온몸을 휘감는다. 어제 나는 바다건너 섬나라에 있었다. 지금 나는 대륙끝트머리의 작은 마을로 향하는 완행열차에 올라있다. 잠시동안의 당황을 무사히 헤쳐나온것에대한 축하의 메시지가 오고간다.'고생많았다.'

Brugge, Belgium
Brugge에 도착했을때 생각지 않게 한국인 부부를 만났다. 10년전, 5년전에 이어 3번째 이곳을 찾는다는 믿음직한 '한국어'...
숙소를 정하지 않은채 무작정 이곳에 온 우리에게는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다. 마침 4인실이 비었다는 유스호스텔과의 통화를 마치고 버스에 올라탔다. 투박한 돌덩이들에게서 전해져오는 차의 떨림. 유럽전통의 바닥양식이란다. 좁은 길, 아기자기한 건물, 독특한 지붕양식, 너무나도 선해보이는 사람들의 표정. 그리고 풍차. 나에게 동화속 마을을 재현해 보라면 아마 Brugge를 떠올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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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광장에 즐비한 까페에서 Moules을 주문했다. 벨기에 에서 Moules을 빠뜨릴수 없다는 m의 주장에 호기심이 발동한다. 역시 빼놓을수 없는 벨기에의 맥주들. 식사전 Leffe를 색깔별로 맛보기로 했다. 500cc의 커다란 와인잔 모양에 담긴 맛깔스러운 맥주. 탄산이 많이 느껴지지 않으며 온도 또한 차갑지 않다. '더운여름날 호프집에서 먹는 목이 따가울정도로 톡쏘는 시원한 음료' 였던 맥주의 정의가 무너지는 순간이다.
식사를 하며 대화가 오고가고있다. 나의 관심은 단연 그리스여행기였다. 이집트와 그리스를 거쳐 대륙으로 올라오는 50여일간의 루트. 내가 다시 여행을 온다면 터키를 포함해 비슷한 경로를 택하지 않을까 싶다. 30대의 부부가 베낭여행을 다니는 모습. 그분들의 똑같이 까맣게 그을린 피부. 너무나도 부럽고 아름답다. 누군가와 함께 고생하며 추억을 만들어간다는것. 그것이 자신의 평생을 함께할 반려자라는것은 참으로 축복받은 삶일게다.

chocolat 상점

식사를 마치고 숙소에서의 만남을 약속한채로 m과 나는 이 조그만 도시의 밤모습을 담기위해 길을 나섰다. 예쁜 건물들에 비추는 아기자기한 조명들. 작은 운하에 반사되는 은은한 빛의 자태. 다리위에서, 벤치위에서, 길바닥에서 눈에 보이는 모든풍경들이 너무나 예쁘고 아름답기만하다. 군데군데의 pub에는 꽤 늦은시간임에도 젊은이들이 먹고 마시며 노래하는 활기참이 있다. 이곳에 푹 눌러서 살아볼까?
이런저런 즐거운 상상에 절로 웃음이 지어진다.
2005.05.25. zork2k -Brug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