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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02 Vienna

zk's travels March 3rd, 2006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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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떠난지 열흘이 조금 넘었다. 한국음식이 그리울만한데도 아침으로 먹는 된장찌게와 쌀밥이 그리 달갑지 않다. 그다지 쾌적하지 못한 환경. 불편한 몸과 마음을 추스리려 근처의 호스텔로 거처를 옮겼다. 어제밤의 사투로 온몸이 욱신거리는듯하다. 왠만하면 밤에 도착하는 우를 범하지 않으리라 다짐해본다. 어떻게 하다가 이곳으로 오게된걸까. 멍한 정신으로 홀로 거리로 나선다. 동선이 그리 길지 않은 나와 취향이 다른 탓인지 m은 다른 일행을 따라 나선다. 원데이 티켓한장 달랑 들고 낮에보는 오스트리아. 사방에 흩뿌려진 오페라, 뮤지컬 전단지가 내가지금 비엔나에 와 있음을 실감케 해주고 있다. 중세 음악가들의 가발을 쓰고 그럴듯한 복장을 한 삐끼들이 여기저기서 저가의 티켓을 팔고있다. U-bahn을 타고 내린곳은 미술사 박물관이었다. 그래 이곳에서 지친 심신을 쉬어가는거야.




역시 일본어 오디오 가이드를 불쑥 내민다. 제길슨. '나 일본사람 아니예요'를 일본어로 배워둬야겠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컬렉션. 일단 박물관 내부장식 자체가 휘황찬란요란하면서 경박하지 않다.



Kunsthistorisches Museum Wien


피곤한 눈이 편안해지려하고있다. 고맙게도 푹신하고 안락한 소파가 여기저기 배치되어 거장들의 강력한 포스를 받으며 쉴수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흐른걸까. 꽤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이곳의 태양은 함부로 시간을 짐작치 못하게 한다. 신체시계상으로는 확실히 뭔가 먹을 시간이 도래한듯 싶다. 이박사 돈까스의 원조 오스트리아의 Schnitzel이 솔솔 땡기고있다. Kärntnerstraße 로 나섰다. 흡사 명동의 분위기가 물씬 나는 이곳은 오가는 사람들로 활기차있다. 야외에 차려진 테이블에 사람들의 표정과 메뉴를 천천히 살펴보다 꽤 괜찮아보이는곳을 발견했고 예상대로 가격이 좀 쎘지만 먹는데 돈아끼지말라는 선인들의 가르침에 따라 일단 자리를 잡았다.




향긋한 과일소스와 아삭한 송아지고기의 절묘한 조화로 정신적 육체적에너지가 극에 달해가고 있다. (비엔나의 에스프레소로 입가심을 하고싶었으나 이때까지 커피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먹지 못하는 음식 두가지중의 하나였다.)


에너지를 발판삼아 거리를 쏘다니기 시작한다. 비엔나의 상징 St. Stephansdom ....기대를 저버리지않고 공사중. 온 유럽은 현재 under construction. shit. 25만개의 벽돌로 지어졌다는 이 성당은 페스트로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이 묻힌(던져진) 지하무덤을 품고있단다. 한눈에 다 들어오지않을만큼의 압박을 받으며 성당 주위를 돌고 있는데 b-boy들의 거리 공연이 눈에 띈다. 짜식들이 쫌 춰서 한참을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을무렵, 일행인 D를 만났다.





그역시 거리방황중..지친 다리를 잠시 쉬어가려 오페라 극장 앞에 앉았다. 현지인 한녀석이 한참을 통화하다가 어디론가 급히 사라지고, 에릭슨 슬라이드핸드폰을 두고가버렸다. but 그림의 떡...이런젠장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는 와중에 다른쪽에있던 여자가 가방을 놓고간다. 여행전에 들었던 나가면 도둑놈들 투성이~ 라는 명제가 거짓임이 눈앞에서 증명되고있다. 왜이렇게 다들 흘리고 다니는지... 가방놓고 간사람이 여자인지라 혹시 비엔나 쏘세지라도 얻어먹을 양으로 고이 지키고 있는데 한참 시간이 흐른후 남편인지 애인인지로 보이는 남자와 함께 가방찾으러 왔다. 닭쫓던개 지붕쳐다보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은 d와함께..남자둘이 외롭지 않게 이곳의 야경을 둘러보러 다시 나선다. d는 걸어다니는걸 사랑한다. 괜히 교통종일권을 끊었나보다. 거리 곳곳에 역동적인 조각들이 밤이되자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예술을 잘 모르지만 이것이 예술이다. 굵직굵직한 조명의 힘이 뼛속깊이 느껴지고있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조명이라기보다 정말 뭔가 묵직한 그런 조명들이 비엔나의 밤을 수놓고있다. 낮엔 보이지않던 뾰족한 건물들이 불을 밝히며 빛나고있다.




이런 예상치 못한 상황에 빠질수없는 비엔나 쏘시지와 부드바이저.

밤을 쏘다니다 돌아온 숙소에 m과 일행이 도착해있었다. 이들은 스위스로 갈 참이란다. 난 어디로가나. 왠지 헤어져야 할때가 온것 같다. 열흘이 넘게 함께했던 m. 늘 새로운 먹을것 찾아 삼만리 하는 내옆에서 불평없이 잘 챙겨줬음에 고마움을 표하고 싶었다. m이 아니었다면 여행 초반 열흘만에 발생한 분실품으로 이국땅에 집을 한채 장만할 지경이었다. 자정을 넘긴 늦은밤, 근처의 PUB을 찾아 서로의 앞날을 축복하고있다. 무거운짐 잘들어주고 물건 안잃어버리고 계획성있고 아침에 일찍일어나고 담배안피는 동행 만나서 남은 여행 고생없이 즐겁게 하기를... 딴건 다잃어버려도 돈이랑 여권이랑 비행기표, 기차표는 잃어버리지 말라는.. 진심어린 대화들이 오고간다. 다른 두 일행들도 건강하게 여행 잘 마치고 한국에서 봅시다. 건배. 뭔가 아쉬운 맥주파티가 무르익어가고있다.


2005.06.02. zork2k -Vienna-


March 3rd, 2006 19:42 March 3rd, 2006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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