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씨가 빨래를 한대서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줬다. 오전중, Duomo에가서 지도를 한장 받아들고 근처를 나선다. 걸음속도가 맞지않아 당황스러웠으나, 일단 둘이 걷는지라 심심하진 않다. 미술을 하는 사람이라 근처의 미술용품점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그에겐 서양화의 중심에 있는 이곳 이탈리아는 내가 보는 그것 이상일게다. 그가 이탈리아로 발걸음을 한 이유는 지금 한창인 베니스 비엔날레를 참관하기 위해서란다.
나도 기회가 되면 꼭 들러봐야겠다.
그를따라 인근의 대학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자신들이 직접 디자인한 전시회를 알리는 갖가지 포스터들, 그리고 화방, 운좋게도 우리는 미대를 찾은것 같다.
중후한 석조건물 자체가 하나의 미술품이다. 복도 여기저기에는 조각상들이 널려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후예들은 그들의 숨결 한가운데서 미래에대한 꿈을 키워나가고 있는것이다. 문득 미술품을 찾아 피오렌티나를 간다는 기차에서만난 뉴요커가 떠오른다.
이쯤되서 내가 쫓고있는것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뒤통수를 때린다.
여유롭게 교정을 둘러보다 북적거리는 쇼핑센터로 나섰다.
가판엔 역시 인터밀란, AC밀란의 셔츠가 즐비하다. 아스날 셔츠를 왜 안사왔을까 계속해서 후회하고있는중이다.
쇼핑의 도시 Milano. fashion의 중심도시일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실제로는 Rome의 사람들 복장이 훨신 세련되어 보인다. 관광객 수는 얼추 비슷할 터인데. 이곳엔 평범한 복장의 현지인도 꽤 눈에 많이 띈다. 서울과 부산의 차이인가....고정관념속의 이태리인복장은 Rome이 더 가깝다.
각자 필요한 쇼핑을 하기로 한다. 난 새하얀 Greek 셔츠에 맞는 새하얀 바지한벌을 골랐다. taxfree받으려면 골때리는 절차가 있어 생략한다.
역시 이동네는 반바지따위는 팔지 않는다. 수요가 없어서일까.
실제로 이탈리아 남성들은 날씨가 아무리 더워도 타이트한 긴바지를입고 땀을 뻘뻘 흘린다. 머리에 있는힘을 다주고 흘러내리는 액체는 젤인지 뽀마드인지 땀인지 여튼 방금 세수한놈처럼 삐질삐질 흘러내리고있다. 어느정도 분간을 하지만 특히 이곳 이탈리아에서 만큼은 외지인과 현지인을 한눈에 구별할수 있다. 단언컨데 반바지에 슬리퍼는 전부 외지인이다. 이럴줄 알았으면 타이트한 바지하나 가져오는건데.
s씨도 이것저것 골르고 있다. 선글라스와 셔츠, 바지. 다 좋은데 하나하나 나도 같이 골라줘야했다. 애인이랑 쇼핑가는것도 꺼리는 대한민국 남자에겐 참으로 곤욕스러운일이 아닐수 없었다. 이내 Duomo안으로 피신하기로 결정하고, 몇시간후에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엄청난 규모의 석조건물은, 동굴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시원함정도가 아닌 추위가 느껴질 정도이다.
밖에서도 엄청난 규모의 이 건물 내부에 들어가서는, 장엄한 stained glass앞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온갖 성화들로 치장되어있어 그림 내용은 내마음을 움직이진 못하나, 그 규모에 앞도 당하는 것이다. 지금껏 성당 내부에 들어온일이 많지 않으나, 이곳만큼 화려한 곳을 본 기억은 없다. 그야말로 감동의 도가니탕. 어두운 실내를 밝히는 갖가지 화려한 빛깔의 창은 신비함 그 자체로 빛나고있다. 이성당 하나만으로도 이탈리아에서 가톨릭이 지니는 힘을 살짝이나마 엿볼수 있다.
꾸뽈라에 올라 Milano를 굽어보려한다.
세상에나. 이곳은 전 이탈리아를 통틀어 가장 더운곳이리라. 직사광선에 맞서서 바라본 시내 전경도 반사광때문인지 그리 아름답지 않다. 오로지 덥다는 생각만이 머리속에 박혀버린다.
아마도 Milano시내에서는 이 건물이 가장 아름다울것 같다.
한참을 거닐며 바람이 많은곳을 찾고 있다. 마침 지나가는 프랑스아가씨를 만나 사진한장을 부탁한다.
Merci~ :)
서둘러 내려와 성당안으로 향했다. 꾸뽈라에서 받은 열기를 식히기 위해서였다. 이곳에서그냥 묵고싶을정도로 시원하다.
날씨가 너무 더운탓에 아침부터 젤라또에 콜라에 맥주를 연신 들이키고있다. 물장사 정말 잘되겠다 싶다. 이참에 이탈리아에 뿌리를 박고 물장사를 할까.
타는듯한 햇살을 잠시 피하려 우리는 숙소에 잠시 들렀다. 오전부터 지금까지 얼마되지 않은 시간동안 맥주를 디립다 마셨는데 땀으로 모두 배출되서인지 전혀 취기가 없다. 또다시 맥주로 갈증을 달래다 깨달은 사실인데 맥주로는 해소할수 없는 문제같다......
주말을 맞아 오늘은 시의 축제가 있어서 전철이 밤새도록 다니나보다.
가만히 있을수 없는 우리는 콘서트가 열리는 Duomo광장으로 다시 향한다.
무대셋팅을 마쳐가고있는듯 보인다. 근처에서 샌드위치와 또다시 맥주...를 사들고 자리를 잡았다.
해가 저물어가고 시작되는 대규모 콘서트. 여기저기서 크레인에 매단 카메라가 돌아가고 이탈리아의 제법큰 방송사에서 촬영을 나왔는지 규모자체가 상당히 크다. 알아들을수 없는 이탈리아어였지만, 사람들이 환호할때 같이 환호하고 박수치며 점점 콘서트 속으로 녹아들고 있었다.
이쪽 문화가 참 좋은것이 아무리 사람들이 운집한곳이라도 여기저기에서 담배연기가 피어오른다. 참으로 반갑지 아니할수 없다.
빽빽하게 사람이 들어서고 열광을 하기 시작한다. 근데 얘들 생각보다는 잘 못논다.
테이블위에올라가서 흔들어대던 그리스 아가씨들을 보여주고 싶구나. 나름 10대후반의 그때를 생각하며 흔들어대며 땀을 흘렸다. 음악이란 가사를 알아들을수 없어도, 선율로 말미암아 대략의 곡 분위기를 짐작케 하는 힘을 가졌다.
제대로된 라이브 콘서트가 눈앞에서 벌어지고있다. 그것도 무료로. 이얼마나 횡재인가.
한국에 돌아가면 꼭 이게 무슨 콘서트였는지 확인하리라.
자정이 지났고 목상태가 많이 안좋아 숙소로 돌아가야했다. s씨는 밤을 샌단다. 피곤하다.
예상대로 근처의 지하철은 안전상 폐쇠되어있고 두세정거정을 걸어가야 한다.
온지 이틀만인데 아무렇지도 않게 다음역을 향해 걷고있는 내가 신기하다.
2005.06.18. -zork2k- 더위와 땀에 찌든 Milano의 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