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일에 선다는 전통 장에 나가보기로 했다. 일본인 아가씨가 좀 꼬물딱 거려서 재촉했다. hurry up~ 어딘지도 모르고 늦게가면 문닫는단 말이여...h형의 페달 부서진 자전거가 선발로 길을 찾고 하나둘 날리는 빗방울을 뚫고 길을 나섰다.
세상에 별에별 잡동사니 집에서 굴러다니는걸 다 들고 나왔다. 인사동의 옛날장난감 판매하는 가게에서 파는 인형들 상태의 20%정도 되는 팔하나남은 인형부터 시작해서, 집에서 쓰던 발판, 입던 옷은 예사고 보다가 다 늘어났을듯 싶은 포르노테잎, 방금까지 따라마셨을꺼같은 찻잔에서부터 직접 만든것 같은 예쁜 수공예품까지. 단연 눈에 띄는것은 살벌한 칼이었는데, 당장 보관하기도 그렇고 해서 참는다. 그외엔 전혀 살만한것은 눈에띄지 않고, 내가가진거 아무거나 내놓고 팔아도 상급은 되겠다 싶을정도로 정말 상상할수있는 모든게 시장에 나와있었다.
시장하면 빠뜨릴수 없는건 또 시장 음식 아니겠는가.
빵위에 치즈 겁네 얹어놓은 랑고쉬(langos). 우리나라 호떡 팔듯이 얹어놓고 팔고있다. 암스텔 한캔과 랑고쉬..좀짰지만 달려드는 비둘기만 없었다면, 먹는게 즐거울만큼 괜찮은 시간이었다. 니뽄아가씨는 뭔가 다른걸 먹었는데 뭔지 정확히 기억은 안났다. 확실한건 그녀역시 짜댔다-_-. 짠음식을 선호하는 양국의 남녀가 짜다면 진짜 짠 것이다.
그래도 끝까지 다먹은 h형과 나와함께 "salty~"를 외치던 니뽄아가씨
시장인들의 관심사는 단연 h형의 자전거였다. 비록 패달 한쪽은 없지만 한국에서도 백여만원을 호가하는 자전거 인지라, 상인들은 자전거에 무한관심을 쏟아 부었다. 당장은 아니지만, 분명 이 형은 자전거를 뭔가로 바꿀껏만 같았고, 돌아와서 확인해 본 결과 기타로 바꿨단다. 역시 그답다. (그는 http://days.nasoo.net/bbs/view.php?id=story&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24 시리즈의 작가임을 최근에야 알게되었고, 너무나도 본받을것이 많은 진짜 청춘임을 알게된다.)
일행중 한명이 짐된다고 청바지 물물교환을 시도한다. 아까 눈도장 찍어뒀던 그 칼을 그녀역시 희망하는듯 했다. 나역시 칼이 마음에 들었던지라 흥정하는데 꼽사리껴서 바지 겁네 좋은거라고 썰을 풀어보지만, 이사람들 헝가리어외에는 하지 못하는 눈치고, 별에별 바디랭귀지가 서로 오가다가, 결국 지는 너무 더운데 바지가 길어서 못입겠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그럼 칼로 짤라라. 여기 칼 겁네 많구만.' 등의 자국어 러쉬가 한 10여분간 오갔지만 협상은 실패하고 만다.
소피아행 차편을 알아보러 나간 켈레티역은 일요일이라 금일 휴무이고 여기저기에 6월5일 에이브릴라빈, 6월9일 그린데이 콘서트 광고가 붙어있다. 숙소와 그리 멀지 않은 경기장에서 그린데이라...갑자기 몰려오는 갈등의 쓰나미. 동부권은 이런 콘서트가 자주 있단다. 가격도 착할것 같은데 너무나 부러웠다. 머릿속엔 온통 정열의 헝가리안 아가씨와 바스켓 케이스를 따라부르며 슬램하는 장면들....
큰 형님 부부가 시내구경을 나간다며, 전속 사진기사로 날 임명하셨다-_- 데이트에 방해되지 않을까 정중히 사양해 보았으나, 부다페스트만 몇번째라 그냥 저녁이나 먹으러 나가신다며 함께 식사를 권하셨다. 역시 경험자라, 나처럼 버스 노선을 따질 필요없이 마치, 내가 종로에서 버스타고 집에오다가 자연스럽게 갈아타고 집앞에서 내리듯, 마을버스로 보이는 작은 버스와 트램을 거쳐, 어부의 요새에 다다랐다.

이상도하다. 영웅광장에서 느껴지던 이상한 기운이 또다시 맴돈다. 분명히 서양인의 모습인데 낯설지가 않다. 그냥 친숙한게 아니라 분명히 아는 사람의 조각상같은 막연한 멍함속에 다시 빠져든다. 왜이러는지 아직도 알수 없지만, 분명히 그들의 조각상을 볼땐, 비단 조각만을 본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무언가 얘기하고 그것이 들릴것만 같은 믿기지 않을 경험을 다시금 했다. 신내림 zk도사 점집이라도 내고 이곳에 눌러앉을까.

한참을 돌아다니다보니 슬슬 배가 고파졌고, 분위기가 있는 식당 여기저기를 둘러보다 결정한 곳은 Pest-Buda. 이 도시의 이름을 뒤집어놓은 식당이었다. 주말이라 창가는 대부분이 예약석이고, 안쪽에 다행히 자리가 있었다. 셀로판지 같은 평범한 아이템을 이용해서 이토록 안정적이고 아름다운 빛을 만들수 있다는데 경의를 표하고 싶을정도로 식당의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또한 식사 전부터 식사를 마칠때까지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성의있게 연주해준 악사들에겐 박수와 팁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쿠쎄눔~ 땡큐
부다지구에서 바라보는 페스트의 야경. 강을낀 서울의 그것과 흡사한 느낌은 첫날 바라본 부다페스트의 야경과 다르지 않았다. 처음 보는 골목골목을 거닐며 형님부부의 예전 여행기와 삶의 얘기를 전해 듣는다. 전혀 예상치못했던곳, 시체니 다리 앞의 굴다리 지붕위에 오르자는 형님의 제안. 생각대로 그곳엔 뒤엉켜있는 현지 젊은 커플 몇몇이 전부였다. 세상에 이렇게나 좋은 포인트가 있다니. 연인이 생기면 꼭 데려와 보고싶은곳으로 점찍어 본다. 마리화나 향으로 느껴지는 푸른 연기가 오감을 자극한다.

낭만적인 밤의 시체니 다리를 걸으며 돌아오는길. 너무나 늦은시각 탄 지하철 숙소에 빽빽히 붙어있는 '무임승차 조심'에대한 반발심. 영국을 제외한 여느 유럽의 지하철처럼, 표 구매는 승차자의 양심에 맡겨져 있고, 양심에 털난자를 색출하기 위해 가끔 불시의 표검사를 하곤 한다. 참으로 이색적인 풍경......을 한번도 본적은없고 말로만 들어왔기에, 또한 시간이 너무나 늦은 주말이기에 그냥 타봤다.
서울로치면 사당이나 교대쯤 될까, 환승이 잦은 구역. 나같은놈 뒤통수를 치기위한 검표원이 나타났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난 당연히 헝가리캐쉬가 없다고 뻥쳤고 지하철시간 다끝나가니깐 함만 봐달라고 개겨보지만, 짤없다. 50유로한장을 건냈다. 참 치사한 방법이지만, 실제로 캐쉬가 없었고 큰돈이라 거스름돈도 없을것 같고 훈계선에서 끝나리라 굳게 믿었건만, 그들은 지나가는사람 붙잡고 유로와 포린트를 교환하기에 이르렀다. 다행히 늦은시각이라 그들의 의도대로는 되지 않았지만, 바로 좀전에 누군가 걸렸던거같다. 다른 검표원의 지갑에서 나오는 20유로지폐들...이럴줄 알았으면 100유로 TC를 줄껄 그랬나, 200유로지폐를 들고다닐껄 그랬나 하는 온갖 쓸데없는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지하철 끝날시간 10분도 안남았는데 벌금 다내는건 너무한거 아니냐는 항의끝에 20유로 두장을받고 벌금 10유로에서 쑈부를 본다. 벌금 쑈부 보는건 한국이나 여기나 다를게 없다. 이곳에서 10유로면 꽤 괜찮은 식사 또는 호텔수영장을 갈수 있는데..... 착찹한 마음을 와인으로 달래야겠다.
깊어가는 늦은밤, h형은 심야방송 private gold를 시청중...헝가리. 참 좋은나라이다. 그러나 이젠 떠날때가 온것같다.
2005.06.05. -zork2k- Budape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