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저기 자기몸집만한 베낭을 둘러맨 녀석들이 보인다. 북미여행자임에 틀림없을게다. 이곳에 왔다면 그들역시 배를 탈것 같았고, 오고가는 대화는 항구로 향함을 말해주고있다. 쟤들따라 버스타면 되겠지 싶어서 정류장에 널부러져서 지금 글을 쓰고있다. 남쪽으로 더 내려온 까닭일까 더위는 한층 더해져만가고 한손에는 콜라와 맥주가 번갈아가면서 들려있다. 잠시후 뽀르따를 외치는 기사를 향해 배낭객들이 이동하기 시작한다. port의 이태리어인듯 하다. 아까 걔들믿고 그냥 널부러져있다가 버스표 구입을 깜빡잊었지만, 장사하루이틀도 아니고 대충 넘어가기로 혼자 합의봐야겠다. 작은외곽도시의 해안마을이라 그런지 이쪽사람들 감정표현은 조금더 확실해 보인다. 버스기사조차 길에 지나가는 여자들과 다 인사하고 아는척하는데 여자들은 기사를 모르는 눈치다. 동네녀석인지는 버스에 올라타서 기사랑 한참을 얘기하고 악수하고 떠들더니 결국 돈안내고 내려버린다. 나도 버스비달라면 한국말로라도 되는데로 한참 떠들고 악수하고 내릴참이다. 인천 연안부두 스러운 항구에 덜렁 열댓명 남짓한 인원이 내렸고, 서로 눈치를보며 따라간곳은 다행히 블루스타의 매표소였다. 사무실밖은 나를 날려벼릴듯한 엄청난 바람이 불어대고있고 햇빛은 살갗을 태울기세로 내리쬐고있다. 항구사람들이 시커먼 이유를 알겠다. 이건 옷을 입을수도 벗을수도 없는 상황이니말이다. 너덜너덜해진 유레일 패스와 여권을 내민다. 너덜너덜해진 기차표때문일까, 배에서 18시간을 넘게 지세울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지쳐버린 탓일까.. 미들시즌 택스만 내도 Deck Class에 탈수있는 배를 무리해서 좌석표을 끊어버렸다. 다행히 페리는 인천연안부두에서 보던 초허접한 그것들과 비교할수있는 급이 아니다. 하긴 20시간을 가까이 항해한다고 생각하면 이정도 규모가 놀랄만한 일도 아니지 싶다.
배의 층층마다 꽤 괜찮은 바를 비롯해 레스토랑, 셀프서비스식당, 식료품점, 기념품가게, 인터넷을위한 PC, 오락실에 이르기까지 대단한 규모이다. 게다가 내가끊은 좌석은 비행기시트를 연상케하는 구조에 전면에 대형TV까지 있으니 이번여행중 최초로 호화로움을 느끼는구나 싶었다. 얼마만에 보는 TV인가. 다행히 지역방송이 아닌 CNN이다. 영어가 이렇게 방가울 줄이야. 배를 탐험할 시간이다. 출입통제구역을 제외하고 모든곳을 둘러보기시작한다. 아직 열지않은 레스토랑과 바. 저녁해결할 장소가 생겼다. 윗층에 올라가니 여기저기 배낭을 풀고 자리를 잡기 시작한 여행자들이 눈에띈다. 벌써 여기저기 카드가 돌고있었다. 문뜩 도초도4시간 배탈때 친구들이 고스돕 치던 생각이 떠오른다. 긴 시간동안 매우 심심하겠군.
이제막 문을 여는 케밥코너에들러서 주린배를 채운다. 유럽전역의 케밥집은 바다위도 가리지 않는구나. 이탈리아 영해위에서 그리스행 배를타고 터키식케밥과 멕시코산 코로나로 끼니를 때우며 노트엔 한글을 적고 있다. 야외갑판위에 올라서 이탈리아와 잠시 인사를 한다. 바닷바람이 여간 매서운게 아니다. 배도 두둑하고 한숨붙이려 좌석으로 돌아왔다. 출발하려나보다. 씨뇨레씨뇨레따~.....방송이 반복해서 나오고있는데, 아직 배에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좌석을 차지한 사람들의 평균연령이 나때문에 많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 졸립다. 잠시 눈을 붙인다.
9시쯤 눈을떴는데 좌석이 꽉차있다. 그들 대부분은 deck class를 끊고 남은 좌석에서 잠을 청하고있는것이었다. 아뿔싸 싶었지만 헤엄처가서 도로 환불밭을수는 없는일. 바깥사정도 마찬가지다. 까페와 바, 레스토랑의 의자는 영업이 끝나면 침대로 돌변 하는 상황이 될게다. 아까 봐둔 자리에 앉아서 저녁식사를 했다. Athina와인한병. 비행기에서 파는 375mm싸이즈였다. 바닷바람이 매서웠던지 감기기운이 있는듯 해서 쓰디쓴 감기약을 상큼한 포도향에 넘겨 삼켰다. 이쪽녀석들 스타일 답게 밤10시도 되지 않았음에도 다들 자는분위기이다. 마지막으로 배를 한바퀴 순찰하기로 했다. 혹시누군가 한글로된 책, 아니면 적어도 화투패라도 들고 승선했길 기대하면서... 가끔 보이는 동양인은 두마디만 들어도 귀에쏙쏙박히는 중국어를 하고있고 그나마 동양인자체가 드물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포커를 배워오는거였다. 쪼끄만 와인한병도 감기약때문인지 슬슬 기운이 풀리기 시작했다. 캄캄한 좌석으로 돌아와 눈을 감는다. 내일 눈뜨면 그리스 영해에 닿아 있겠지.

bari - patras
2005.06.09. -zork2k- 아드리아해 어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