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리얼과 샌드위치로 하루를 시작한다. 향긋한 차한잔에 담소를 나누며 두분과 앞으로의 여행을 격려하며 인사했다. 유레일타임테이블 이란녀석을 집에 두고온지라 다음행선지는 m의 책을 따라 이동하는수 밖에 없다. 그녀는 뮌헨에 가겠노라 하였고, 나는 바로옆동네에있는 Amsterdam을 그냥 지나칠수 없었다. 환락의 도시. 마약과 섹스의 천국. 지구에서 가장 자유로운 도시. 각종 사탕발림끝에 m을 설득할수 있었다. Brugge와 작별하려 풍차가 있는 작은 언덕을 오른다. 파란하늘과 따뜻한 햇살. 운하를 노니는 백조와 인사한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이토록 아름다운 마을을 다시볼수있을까 .

기차에 올라 Amsterdam을 향해 출발한다. 타임테이블의 시간표 보는법을 m에게 배웠다. 이런 기초적인 준비도 하지않은 나에게 적당한 잔소리가 이어졌다. onXy+ 님의 "가면 다있어"를 굳게믿었음으로 항변해 보지만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어쩌면 나에게 가장 필요한 동행자였음에 지금도 감사한다. 어느덧 기차는 알수없는곳을 향해 가고있었고 뒤늦게야 기차를 잘못탔음을 깨닫는다. 다행히 당황해하지 않는 눈치다. 나는 이순간이 너무 즐거웠음을 숨기는 얼굴을 하느라 안면이 굳어지고 있었다. 이런것이 바로 여행의 묘미. 기차여행을 택했음을 감사해하며 다음 열차를 기다린다. 역마다 안내되어있는 타임테이블을 읽는법을 알아버렸다. 대충 싸이즈가 나온다. 1시간여의 비는 시간. 그녀는 이 시간을 "일정의 꼬임"으로 표현했다. 짧은 시간동안 많은곳을 둘러보려는 의지와 흘러가는대로 계획없이 움직려는 생각의 최초충돌. 그리 오래 같이다니지는 못할것 같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3개의 의자에 앉아 쉬고있는데 벨기에 노부부가 서 계셨다. 자리를 양보하며 살짝 미소를 지어보이자, 할아버지께선 벨기에에서는 자리가 하나일때 여자를 무릎위에 앉히는거라시며 같이 앉을것을 권유한다. 다시한번 씨익 웃어드리고 바닥에 철퍼덕 앉는다. 기차를 기다리는 많은 여행자들이 남자여자할것없이 바닥에 널브러져있다. 그어디에도 무릎위에 여자를 앉힌모습따윈 찾아볼수없었다.

Amserdam, Netherlands
얼마 오래지 않아 Amsterdam Centraal 역에 닿았다. 많은 체험을 해볼수있다고 소문난 Bob's youth hostel을 찾는일이 남았다. 시간이 늦은지라 여행자정보안내소는 문을 닫았고, 믿을거라고는 집에서 가져온 백x즐기기 라는 별로 즐길수없는 내용을 담은 책의 지도 뿐. 지도를 보는법에 자신이 있던지라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운하를 따라 매우 정렬되어 보이는 지도라 쉽게 찾으리라는 생각을 무참히 짓밟고, 그어디에도 숙소는 보이지 않는다. 현지인에게 길을 묻자, 지나가는 다른사람에 사람에 사람까지 붙잡고 모여서 토의하는 성의를 보이지만, 그들도 지도상의 위치는 찾지 못하고있다. 어깨를 짓누르는 베낭의 무게가 한결 무거워졌고, 2시간여를 길에서 해메는 최악의 상황을 맞는다. 안간다는 사람 끌고와서 노숙하게 생겼으니 여행의 묘미고 나발이고 둘은 지쳐만 갔다. 결국 모든걸 포기하고 다른숙소를 찾으려 큰길로 나왔을때 보인 BOB's Youth Hostel간판은 마치 "메롱"이라고 써있는듯 보였다. 게다가 빈침대까지 없었으니 어이가 실종되서 좀처럼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근처의 호스텔들은 이미 모두 차있고 주인장은 싼 호텔로 가보란다. 마지막 남은 방법은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Shelter House. 예약하는 전화를 하며 왜 처음부터 전화로 문의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쌓여가는 와중에 지도를 찢어버렸다. 그곳만은 피하고싶었는데 선택의 여지가 없다. 시설은 깨끗하고 기독교기반이라 매우 엄숙하고 남녀 분리되있는 도미토리. 예상대로 빈침대는 많았으나, 암스테르담까지와서 이런 신성한곳에 묵게된것에 어찌 통탄하지 않을수 있겠는가.

DAM Sq. , Amsterdam
짐을 풀고 주린 배를 채우려 거리로 뛰쳐나왔다. 바로 전에있던 Brugge와는 상반된 분위기다. 운하의 똥물과 지저분한 거리, 노출된 간이화장실, 북적이는 인파. 제대로 사람사는 분위기가 난다. 흑인들이 유난히 눈에띄며 Coffee Shop에는 대마 연기가 자욱하다. 도시한복판의 관광자원화 된 홍등가의 유리벽안에 갇힌 갖가지 복장의 여자들. 채찍부터 끈으로 이루어진옷까지 다양한 취향이 그대로 반영되어있다. 한집걸러 성행중인 섹스샵에는 미디어로만 보아왔던 그것들을 실제 팔고있다. 한블럭마다 서있는 녀석들은 야구장 암표팔듯이 은근슬쩍 다가와 엑스타시~코카인~을 중얼거리며 길에는 약에취했는지 술에취했는지 알수없는 녀석들이 뒹굴고 해가질때까지도 거리는 시끌벅적하다. 거리의 분위기에 취해 미친듯이 쏘다니다보니 어느새 10시를 향해가고있고, 본래의 목적인 저녁식사를 하려 몇군데의 까페를 기웃거려보지만 10시가 넘어 더이상 주방은 하지 않는단다. 이럴수가. 이런건 '꼬였다'라고 표현하는게 맞겠다 싶었다. 저녁값이 굳은지라 물가에있는 클럽의 야외테이블에 앉아 하이네켄으로 저녁을 대신한다. 그리 나쁘진 않은데 살짝 미안해졌다. 내일은 아침일찍 근교의 치즈시장을 구경가기로 일정을 맞췄다. 그리고는 m은 바로 숙소로 향해버렸다.

밤의 도시에와서 밤이 시작되려는데 숙소로는 도저히 돌아갈수 없었다. 호스텔 문앞까지 m을 바래다 주고는 본격적인 밤의 정기를 느끼려 거리로 나갔다. 이곳에 와서는 사진을 찍어야 겠다는 생각도 잊은채 걷고만 있다. 깜깜해졌는데도 거리의 활기는 수그러들줄 몰랐고 클럽의 휘황찬란한 싸이키조명과 홍등가의 붉은 불빛이 이 도시의 색을 말해주고있다. 기다란 줄이 보인다. 쇼가 있는듯 하다. 들어가볼까를 잠시 망설이다 더 궁금한것이 생겼다. light drug을 합법적으로 판매하는 Coffee Shop의 분위기는 과연 어떨까. 콜라를 한잔 사들고 지하로 내려간다. 18세미만 출입금지 간판이 눈에들어오며, 버튼을 누르자 대마와 해시시의 메뉴가 불이 켜진다. 친절하게도 바텐더가 흡연방법에대해서 찬찬히 설명을 해준다. 실내의 분위기는 험악할줄 알았으나, 총을찬 보안요원의 엄호아래 대형티비가 있는 매우 일반적인 한국의 호프집 광경이다. 다만 다른점이있다면 커플들이 어우러져 진한 키스를 나누고있다. 젠장. 혼자 들어온 동양청년을 신기한 눈초리로 바라보며 눈인사를 건넨다. 웃는 얼굴을 지어보이며 '뭘봐임마'
밖으로 나왔을때는 12시가 넘은 시각이었지만 아직도 거리엔 사람들이 넘쳐난다. 영국과 벨기에에서 느꼈던 한적하다못해 정적감이 느껴지는 그런 밤거리와는 사뭇 다른느낌이다. 종로한복판에 나와있는 느낌이랄까. 밤에 먹을것만 판다면 만점 되겠다. 디오니소스의 도시. 지극히 인간 본연의 쾌락이 밤새도록 적나라하게 살아 숨쉬는 이 도시가 너무나 인상적이고 재미있다. Brugge에 살다가 매우 가끔씩 놀러오는 코스로 안성맞춤. 밤의 정기를 온몸으로 느낀 하루가 지나간다. 내일이 이토록 기다려지기는 이 여행을 시작하고 처음이다.
2005.05.26. zork2k -Amsterdam-